2020. 9. 10.자 중앙일보, "디지털교도소 돌연 문닫고 잠적"


“해외(동유럽국가) 벙커에 방탄 서버를 설치해 국내 수사망에는 절대 안 잡힌다.” 이렇게 장담하던 ‘디지털교도소’ 사이트가 돌연 폐쇄됐다. 9일 낮 12시 기준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접근 권한 오류(‘403 Forbidden’ 에러) 표시가 뜬다. 디지털 교도소가 예고 없이 전격 폐지된 건 지난 8일 오후다. 폐쇄 직전까지 하루 평균 방문자만 2만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특히 자신을 ‘박 소장’이라고 밝힌 운영자가 국내 수사망을 피할 수 있다고 자신해왔던 것에 비춰볼때 의외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외국에 있어 수사망에서 자유롭다”며 “국내에는 부산, 대구 등에 조력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박 소장은 사이트를 해외 서버에 두고, 외국 기업이 운영하는 텔레그램·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제보자·조력자들과 소통해왔다. 디지털 교도소 홈페이지 역시 러시아 도메인(.ru)으로 등록돼 있다. 디지털 교도소는 조주빈의 n번방 사건 직후인 지난 3월 문을 연 뒤 성범죄자로 추정되는 100여 명의 신상정보를 전격 공개했다. “(성범죄자들의) 자살을 목표로 시원하게 댓글을 달라”고 주문했으나 ‘사적 처벌’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채정호(59) 카톨릭대 의대(정신의학과) 교수를 엉뚱하게 성착취물 구매자로 사이트에 허위 게시한 사건이 터졌다. 이어 이 사이트에 개인 정보가 노출된 20대 대학생이 지난 6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대학생 사망 사건을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박살 내는 디지털교도소는 폐쇄돼야 한다” 는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이때만 해도 박 소장은 텔레그램에 ‘디지털교도소 공지’를 올려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나 경찰의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타자 디지털교도소의 움직임도 급변했다. 자칭 박 소장은 텔레그램을 닫고 일체의 질의에 응하지 않았다. 여기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지난 8일 “(디지털교도소는) 사적 처벌을 하는 것이고 내용 자체도 명예훼손”이라며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문제”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경찰은 9일 “일부 운영자의 소재지를 A국으로 추정한다”며 “인터폴에 수사 공조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이 박 소장과 그의 조력자를 검거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경찰은 지난 7월 채 교수 고소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해 운영자들의 서버 접속 기록 등을 확인했고 이번 주 중 A국에 수사 공조 요청을 해 소재지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장희진 변호사(지음법률사무소)는 “다크웹을 사용했던 손정우(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 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도 검거했다”며 “국가 간 사법 공조가 잘 이뤄진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운영진이 잡힌다면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안진우 대표 변호사(법률사무소 다오)는 “공익성이 있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인정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며 “목적이 좋았더라도 공익성이 모든 범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희진 변호사 역시 “무고한 피해자가 나오고 있는 만큼 민사상 책임까지도 져야 할 수도 있다”며 “가담 정도에 따라 공범 혹은 방조범들도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출처: 중앙일보] ‘방탄서버’ 자신하더니…디지털교도소 돌연 문닫고 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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